명절이나 가족 모임이 끝나면 냉장고 앞에서 한 번쯤 고민하게 됩니다. 갈비찜이나 국처럼 아직 김이 나는 음식이 남았는데 바로 냉장고에 넣자니 냉장고가 뜨거워질 것 같고, 그렇다고 완전히 식을 때까지 기다리자니 몇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냄비 뚜껑을 덮어놓고 음식이 완전히 식은 뒤 냉장고에 넣는 것입니다. 날씨가 선선한 가을에는 상온에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 쉽습니다.
하지만 음식 보관에서 더 주의해야 하는 것은 뜨거운 음식이 냉장고에 들어가는 것보다 음식이 미지근한 온도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상황입니다.
특히 국과 찌개, 갈비찜, 카레처럼 한꺼번에 많이 조리한 음식은 겉이 식었다고 안쪽까지 빠르게 식는 것이 아닙니다. 큰 냄비에 그대로 두면 가운데 부분은 오랫동안 따뜻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이 시간이 길어지면 일부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뜨거운 음식은 어느 정도까지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야 할까요?
핵심은 ‘완전히 식힌 뒤 넣는다’가 아니라 빨리 식을 수 있도록 양을 나누고, 상온에 오래 두지 않는 것입니다.

뜨거운 음식보다 ‘천천히 식는 음식’이 문제입니다
음식을 충분히 끓였다면 세균이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대부분의 식중독균은 충분한 가열로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모든 위험이 조리가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균은 열에 강한 포자를 만들 수 있고, 조리가 끝난 음식이 서서히 식는 과정에서 다시 증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퍼프린젠스 식중독입니다.
퍼프린젠스균은 육류를 이용한 국이나 찜, 스튜처럼 한 번에 많은 양을 조리하는 음식과 관련해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큰 냄비에 담긴 음식은 불을 끈 뒤에도 중심부의 온도가 천천히 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균이 증식하기 좋은 온도에 오래 머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절이나 단체급식처럼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만드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집에서도 조건은 비슷합니다.
저녁에 큰 냄비로 끓인 갈비찜이나 곰국을 베란다나 식탁에 놓아두고 몇 시간 뒤 잠자기 전에 냉장고에 넣는다면 겉으로는 충분히 식어 보이더라도 음식 안쪽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에는 아침저녁 공기가 선선해져 음식도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내온도는 냉장 보관 온도와 전혀 다릅니다. 창문을 열어놓았거나 베란다가 서늘하다는 것만으로 냉장고를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준은 계절의 느낌이 아니라 음식이 위험한 온도 구간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입니다.
큰 냄비째 두지 말고 작은 용기에 나눠 식히세요
그렇다면 막 끓인 국을 불에서 내리자마자 뜨거운 냄비째 냉장고에 넣어야 할까요?
소량의 음식이라면 따뜻한 상태에서 냉장고에 넣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완전히 식기를 기다리며 상온에 몇 시간씩 방치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많은 양의 뜨거운 음식을 큰 냄비째 냉장고에 넣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큰 냄비는 가운데까지 차가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뜨거운 음식의 양이 많으면 냉장고 내부 온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주변에 보관하고 있던 음식까지 따뜻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양을 나누는 것입니다.
남은 국이나 찌개, 갈비찜처럼 부피가 큰 음식은 한 끼 또는 두 끼에 먹을 정도로 나눠 깊지 않은 용기에 담으면 냄비째 보관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식습니다. 큰 고깃덩어리가 있다면 보관하기 좋은 크기로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냄비가 너무 뜨거운 상태라면 찬물을 받아놓은 싱크대 등에 냄비를 담가 빠르게 온도를 낮추면서 중간중간 저어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열기가 내려간 뒤 작은 용기로 나누어 냉장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손으로 만졌을 때 완전히 차가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조리한 음식이나 상하기 쉬운 음식은 일반적으로 상온에 두는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가 매우 덥거나 차 안처럼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이보다 더 짧게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저녁 7시에 식사를 마치고 남은 갈비찜을 밤 11시까지 식탁 위에 둔 뒤 냉장고에 넣는 방식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뜨거우니까 냉장고에 넣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음식이 가장 위험한 시간대를 길게 지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끓이면 괜찮다는 생각도 항상 맞지는 않습니다
상온에 오래 둔 음식을 발견했을 때 가장 흔하게 하는 생각은 한 번 더 팔팔 끓여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냉장 보관했던 남은 음식을 다시 먹을 때 충분히 가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국이나 찌개는 전체가 충분히 뜨거워지도록 데우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한다면 중간에 섞어 차가운 부분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못 보관한 음식을 다시 끓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일부 식중독균은 음식에서 증식하면서 열에 비교적 강한 독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음식을 다시 뜨겁게 만든다고 모든 위험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는 것도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색깔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멀쩡하고 맛도 평소와 같다고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 냉장고에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랫동안 상온에 있었던 음식이라면 ‘한번 끓여서 먹어보자’보다 버리는 쪽이 안전합니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 임신부,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함께 먹는 음식이라면 조금 더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을 버리는 것이 아깝다는 마음 때문에 보관 시간을 늘리기보다 처음부터 먹을 양만 덜어놓고 남은 음식은 빠르게 냉장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결국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냉장고에 넣었다고 오래 두고 먹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을 제때 냉장고에 넣었다면 이제 안심하고 일주일씩 먹어도 될 것 같지만 냉장은 음식의 변화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조리한 남은 음식은 냉장 상태에서도 3~4일 안에 먹는 것을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기간 안에 먹기 어려울 정도로 양이 많다면 처음부터 냉장용과 냉동용으로 나누는 편이 낫습니다. 명절이 끝난 뒤 며칠 동안 먹고도 남을 정도의 갈비찜이나 전을 모두 냉장실에 넣어두기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먹을 양만 냉장하고 나머지는 일찍 냉동하는 식입니다.
이때도 큰 통 하나에 모두 넣기보다 한 번 먹을 분량으로 나누어 보관하면 필요한 만큼만 꺼낼 수 있어 편리합니다.
한 번 데운 음식을 먹다가 남았다고 다시 냉장고에 넣고, 다음 날 또 데우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먹을 만큼만 덜어 가열하면 남은 음식 전체가 반복해서 온도 변화를 겪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냉장고 자체의 상태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명절 뒤에는 반찬통과 과일, 선물 받은 식품까지 한꺼번에 들어가 냉장고가 평소보다 꽉 차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장고 내부가 지나치게 빽빽하면 찬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하기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음식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간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뜨거운 음식을 보관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뜨거운 상태로 넣어도 되나, 안 되나’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음식이 얼마나 빨리 식느냐입니다.
갈비찜이나 국처럼 많은 양의 음식이라면 큰 냄비째 몇 시간 동안 식탁에 두지 말고 작은 용기에 나누어 빠르게 식힌 뒤 냉장하세요. 가까운 시일 안에 먹지 않을 음식은 처음부터 냉동하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명절이나 가족 모임처럼 음식을 많이 만드는 날에는 조리할 때보다 식사가 끝난 뒤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상 위에 남은 음식을 보며 ‘아직 뜨거우니까 조금 더 식혀야지’라고 생각했다면 시간을 한 번 확인해보세요.
음식이 완전히 차가워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상온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남은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더 중요한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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