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친구들보다 키가 작아 보이면 부모는 조금씩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유치원 때는 비슷했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훌쩍 커 있고, 우리 아이만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학교 신체검사나 건강검진에서 키가 하위 10%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아이의 키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또래보다 몇 센티미터 작은지만 확인하지 않습니다.
같은 나이라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성장 양상이 다르고, 몇 개월 차이만으로도 키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 키가 작더라도 꾸준히 자라고 있는 아이가 있는 반면, 평균에 가까운 키를 유지하다가 성장속도가 갑자기 느려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성장 상태를 확인할 때 사용하는 것이 소아청소년 성장도표입니다.
성장도표는 같은 나이와 성별의 아이들과 비교해 현재 키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보여줍니다. 하지만 성장도표에 표시된 백분위수 하나만으로 앞으로 얼마나 클지, 성장호르몬 치료가 필요한지까지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 키가 걱정된다면 현재 백분위수와 함께 그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 키 백분위수 10이면 많이 작은 걸까요?
아이 키를 검색하다 보면 3백분위수, 10백분위수, 50백분위수 같은 숫자를 볼 수 있습니다.
백분위수는 같은 나이와 성별의 아이들을 키가 작은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예를 들어 키가 50백분위수라면 또래 아이들 가운데 중간 정도에 해당합니다.
10백분위수라면 같은 나이와 성별의 아이 100명 중 작은 쪽에서 대략 10번째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10백분위수는 정상보다 키가 10% 부족하다는 뜻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백분위수는 키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나타내는 비율이 아니라 또래 집단에서 차지하는 상대적인 위치입니다.
따라서 10백분위수라고 해서 평균 키보다 10% 작다는 의미도 아니고, 앞으로 키가 10% 덜 자란다는 뜻도 아닙니다.
이 부분을 혼동하면 아이의 성장 상태를 실제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또 백분위수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의 키가 비교적 작은 가정에서는 아이도 또래보다 작은 편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성장속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다른 건강 문제가 없다면 가족의 체격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의 키가 크다고 해서 아이가 반드시 평균보다 크게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인 영향은 중요하지만 성장 과정에는 영양 상태와 건강,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성장도표는 같은 학년의 아이들을 단순히 비교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같은 초등학교 2학년이라도 1월에 태어난 아이와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실제 나이가 거의 1년 가까이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몇 개월의 차이도 키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학년 평균 키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아이의 정확한 나이와 성별에 맞는 성장도표를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이 키가 10백분위수라는 결과를 받았다면 숫자 자체에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이전에도 비슷한 위치에서 자라고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신장 기준은 3백분위수, 하지만 이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의학적으로 저신장을 평가할 때는 일반적으로 같은 나이와 성별의 아이들 가운데 키가 3백분위수 미만인 경우를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합니다.
쉽게 말하면 또래 아이 100명 중 키가 가장 작은 쪽의 약 3명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3백분위수 미만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곧바로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특정 질환이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신장은 현재 키가 어느 정도 작은지를 설명하는 기준이며, 왜 키가 작은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부모의 키가 작아 유전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도 있고, 또래보다 성장과 사춘기가 늦게 진행되는 체질적인 특성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영양 부족이나 만성질환, 갑상선 기능 이상, 성장호르몬 결핍 등으로 성장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구분하려면 현재 키뿐 아니라 이전 성장 기록과 가족력, 건강 상태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3백분위수보다 높으면 무조건 괜찮은 걸까요?
이 역시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6세 때 40백분위수였는데 8세가 됐을 때 10백분위수 아래로 내려갔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현재 키가 저신장 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전에 비해 성장곡선의 위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면 성장속도가 느려진 이유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어릴 때부터 10백분위수 부근에서 꾸준히 자라고 있고, 나이에 맞는 성장속도를 유지한다면 현재 키가 평균보다 작다는 사실만으로 이상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의 키가 성장도표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입니다.
성장도표에 여러 번 측정한 키를 표시하면 아이가 비슷한 백분위수 곡선을 따라 자라고 있는지, 아니면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성장 상태를 평가할 때는 한 번의 키 측정보다 일정 기간 동안의 기록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이 키가 1년에 4cm도 안 자랐다면 확인해 보세요
아이의 성장 상태를 판단할 때 현재 키만큼 중요한 것이 성장속도입니다.
성장속도는 일정 기간 동안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0월에 키가 120cm였고 올해 10월에는 125cm가 됐다면 1년 동안 5cm 자란 것입니다.
다만 모든 나이에서 정상적인 성장속도가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는 태어난 뒤 첫 2년 동안 비교적 빠르게 자라다가 이후 성장속도가 완만해집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다시 급격하게 키가 자라는 시기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영유아와 초등학생, 사춘기 청소년에게 똑같은 성장속도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춘기 이전의 학령기 아동은 1년에 약 4~6cm 정도 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 1년 동안 자란 키가 4cm 미만이라면 성장속도가 느려진 것은 아닌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4cm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성장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정확한 나이와 사춘기 진행 상태, 이전 성장속도를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몇 달 동안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장호르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키는 매달 일정한 속도로 자라는 것이 아니며, 측정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3개월 전에 집에서 잰 키와 오늘 학교에서 측정한 키를 비교한다면 측정 시간과 장비, 자세가 달라 실제 성장량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기록을 6개월 이상 확보하고, 이전 건강검진 결과까지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거나 성장도표에서 백분위수가 계속 낮아진다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는 아이의 출생 당시 키와 체중, 부모의 키, 과거 성장 기록 등을 살펴봅니다.
필요한 경우 손과 손목의 엑스레이를 촬영해 뼈나이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뼈나이는 실제 나이와 달리 뼈가 어느 정도 성숙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이를 통해 성장과 사춘기 진행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뼈나이 검사만으로 최종 성인 키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키가 작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성장호르몬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장호르몬 결핍이 의심되거나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필요한 검사를 선택하게 됩니다.
특히 성장호르몬 치료는 단순히 또래보다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하는 치료가 아닙니다.
저신장의 원인과 성장속도, 뼈의 성숙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치료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판단해야 합니다.
성장도표를 확인할 때 부모가 놓치기 쉬운 것
아이의 키를 확인할 때는 측정 방법부터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 키를 잴 때는 신발을 벗고 평평한 바닥에 서게 한 뒤 몸을 곧게 펴고 정면을 바라보도록 합니다.
머리 위에 평평한 물체를 수평으로 대고 높이를 표시한 다음 바닥에서 표시한 지점까지 측정하면 됩니다.
이때 아이가 무릎을 굽히거나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지 않도록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같은 장소와 비슷한 시간에 측정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의 키는 하루 중에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침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측정되고, 하루 동안 활동한 뒤에는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 등의 영향으로 저녁에 조금 작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침에 잰 키와 저녁에 잰 키를 비교해 성장량을 계산하면 실제보다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측정한 날짜와 키를 함께 기록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성장도표에 표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성장도표를 확인할 때는 키와 체중을 따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키와 체중이 모두 작은 아이와 키는 작은데 체중은 상대적으로 많이 나가는 아이는 성장 상태를 평가할 때 확인해야 할 부분이 다를 수 있습니다.
키와 체중이 함께 잘 늘지 않는다면 영양 섭취나 만성질환의 영향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면 키가 자라는 속도는 느려졌는데 체중이 계속 증가한다면 내분비계 문제 등을 포함해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특징만으로 특정 질환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키와 체중의 변화가 서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도 중요합니다.
사춘기에는 성장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또래보다 일찍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가 한동안 키가 더 커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너무 일찍 시작되면 뼈의 성숙도 빨라져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계속 크게 자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가 만 8세 이전에 가슴 발달을 보이거나 남자아이가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등 사춘기 징후가 나타난다면 조기 사춘기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춘기가 또래보다 늦게 시작되는 아이는 한동안 키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단순히 기다리기보다 성장속도와 뼈나이, 사춘기 진행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가 알아둘 부분은 성장도표의 목적입니다.
성장도표는 아이를 또래와 비교해 순위를 매기기 위한 자료가 아닙니다.
현재 아이가 자신의 성장 과정을 잘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성장에 영향을 주는 건강 문제를 일찍 발견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따라서 50백분위수보다 작다고 해서 반드시 키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3백분위수보다 높다는 이유로 성장속도의 변화를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의 키가 걱정된다면 우선 최근 1~2년 동안의 키 기록을 확인해 보세요.
성장도표에서 비슷한 위치를 유지하며 자라고 있는지, 이전보다 백분위수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특히 3백분위수 미만에 해당하거나 사춘기 이전에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평가받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키가 평균보다 작더라도 꾸준히 자라고 있고 건강 상태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현재 숫자만으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의 성장에서 중요한 것은 또래보다 몇 센티미터 더 큰지가 아니라 자신의 성장속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있는지입니다.
백분위수는 현재 위치를 보여주고, 성장속도는 그동안 얼마나 자랐는지를 알려줍니다. 두 가지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 상태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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