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건조해지면 가습기를 다시 꺼내게 됩니다. 그런데 물통에 물을 채우려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해도 되는지, 아니면 정수기 물을 넣는 것이 더 깨끗하고 안전한지 하는 문제입니다.
수돗물은 소독 처리가 되어 있으니 오히려 세균 걱정이 적다는 이야기도 있고, 정수기 물은 불순물을 걸러냈으니 가습기에 더 적합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물을 끓였다가 식혀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습기에 사용하는 물은 마시는 물과 조금 다른 기준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을 가열해 증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물방울로 쪼개 공기 중에 내보내기 때문에 물속에 들어 있는 성분까지 함께 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습기에 어떤 물을 넣어야 하는지는 수돗물과 정수기 물 중 무엇이 더 깨끗한가보다 가습기의 작동 방식과 물에 남아 있는 성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속 미네랄도 함께 내보낼 수 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초음파식 가습기는 진동을 이용해 물을 아주 작은 물방울로 만들어 공기 중에 분사합니다. 뜨거운 증기가 나오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습도를 높일 수 있어 침실이나 아이 방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물방울이 만들어질 때 물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 성분도 함께 이동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돗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비롯한 여러 무기질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 이런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초음파식 가습기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공기 중으로 분사된 작은 물방울에서 수분이 증발하면 물속에 있던 미네랄 성분이 미세한 입자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습기를 오래 사용한 뒤 주변 가구나 바닥에 하얀 가루가 쌓이는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흔히 백분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물에 포함된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퍼졌다가 주변 표면에 쌓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얀 가루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당장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가습기에서 발생하는 미네랄 입자의 건강 영향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입자가 실내 공기 중에 퍼지는 것을 줄이려면 초음파식 가습기에는 미네랄 함량이 낮은 물을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물을 마셔도 안전하다는 것과 그 물을 미세한 물방울로 만들어 흡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정수기 물이라고 모두 가습기에 더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수돗물 대신 정수기 물을 사용하면 해결될까요?
정수기는 제품에 따라 물을 정수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일부 정수기는 활성탄 필터 등을 이용해 냄새나 특정 불순물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역삼투압 방식처럼 물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까지 상당 부분 제거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수기에서 나온 물이라고 해서 모두 미네랄 함량이 낮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미네랄을 유지하는 방식의 정수기라면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발생하는 하얀 가루를 줄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네랄을 많이 제거하는 방식이라면 이런 입자의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초음파식 가습기에서 미네랄 발생을 줄이는 목적이라면 증류수가 비교적 확실한 선택입니다. 증류수는 물을 증발시킨 뒤 다시 응축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미네랄을 제거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돗물보다 미네랄 함량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수돗물을 끓였다가 식혀서 사용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물을 끓이면 일부 미생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물속에 녹아 있는 미네랄까지 제거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물이 증발하면서 남은 물의 미네랄 농도가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끓인 물은 세균 관리와 관련된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초음파식 가습기의 하얀 가루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가습기마다 사용하도록 안내하는 물의 종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제품에 따라 특정 물의 사용을 권장하거나 제한하기도 하므로 실제 사용에서는 제조사의 설명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열식과 자연기화식도 같은 물을 사용해야 할까?
가습기는 모두 실내 습도를 높이는 장치이지만 물을 공기 중으로 보내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가열식 가습기는 물을 가열해 발생한 수증기를 이용합니다. 물속 미네랄은 대부분 물통이나 가열부에 남기 때문에 초음파식처럼 미네랄 입자가 공기 중으로 많이 퍼지는 방식은 아닙니다.
대신 물때나 석회질이 가열부에 쌓일 수 있어 정기적인 세척이 필요합니다. 뜨거운 물과 증기로 인한 화상 위험도 있으므로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설치 위치에 주의해야 합니다.
자연기화식 가습기는 젖은 필터나 흡수체를 통과하는 공기에 수분을 실어 보내는 방식입니다. 물이 증발하는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초음파식보다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양이 적은 편입니다.
다만 자연기화식이라고 해서 물통이나 필터를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계속 머무는 구조에서는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랄 수 있고, 젖은 필터를 오래 사용하면 위생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초음파식은 물속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문제를 특히 신경 써야 하고, 가열식은 가열부의 침전물과 화상 위험을, 자연기화식은 젖은 필터와 물통의 위생 상태를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가습기 종류가 다르면 관리할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좋은 물을 사용해도 매일 물통을 비워야 하는 이유
가습기에 증류수나 미네랄 함량이 낮은 물을 사용하면 물속 미네랄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세균 관리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류수도 개봉하거나 물통에 담아 사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으며, 물통에 남은 물을 계속 보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미생물이 증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밤새 가습기를 사용한 뒤 아침에 남은 물을 그대로 두었다가 저녁에 다시 물을 채우는 습관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정용 가습기는 가능하면 매일 남은 물을 버리고 물통 내부를 비운 뒤 물기가 남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사용할 때는 새 물을 채우고, 사용 중인 가습기는 제품 설명서에 따라 정기적으로 세척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휴대용 가습기는 3일마다 내부를 충분히 청소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물통 안쪽에 미끈거리는 막이나 침전물이 보인다면 단순히 물만 갈아주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세척제를 사용했다면 성분이 남지 않도록 충분히 헹구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특히 초음파식 가습기는 물통에 남아 있는 성분이 미세한 물방울과 함께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으므로 가습기 전용으로 안내되지 않은 소독제나 향료를 임의로 넣어 작동시키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습도를 높이는 것도 무조건 많이 할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실내 상대습도는 대체로 30~50% 범위에서 관리하는 것이 권장되며, 창문에 물방울이 맺히거나 벽과 침구가 축축해진다면 가습량을 줄여야 합니다.
특히 침대 바로 옆에서 가습기를 강하게 틀어놓으면 방 전체의 습도는 적당하더라도 주변 침구가 젖을 수 있습니다. 가습기에서 나오는 물방울이 침구나 벽에 직접 닿지 않도록 위치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습기 물을 선택할 때는 수돗물이냐 정수기 물이냐만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초음파식이라면 미네랄 함량이 낮은 물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고, 다른 방식이라면 제품 특성에 맞는 물과 관리 방법을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어떤 물을 사용하더라도 오래된 물을 계속 보충하면서 사용하는 습관은 피해야 합니다.
가습기를 다시 꺼내는 계절이라면 오늘은 물통에 어떤 물을 넣을지만 고민하지 말고, 우리 집 가습기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와 마지막으로 물통을 비우고 세척한 날이 언제인지부터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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