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최근 들려오는 홍역 소식이 신경 쓰일 수 있습니다. 올해 일본의 홍역 환자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미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옵니다.
홍역은 가볍게 볼 감염병은 아닙니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 중을 통해 퍼질 수 있고 전염력이 매우 강해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환자와 가까이 접촉하면 감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홍역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여행을 무조건 취소해야 한다고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은 일본의 환자 숫자만이 아니라 나와 가족이 홍역에 대한 면역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입니다.
특히 아이들은 예방접종 기록을 비교적 잘 챙기는 반면 성인은 자신이 어릴 때 홍역 백신을 몇 번 맞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여행 가방을 싸기 전에 가족 모두의 MMR 예방접종 기록부터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에 가는 것 자체보다 예방접종 여부가 중요합니다
홍역은 감염된 사람과 직접 접촉해야만 옮는 질환이 아닙니다. 환자가 기침하거나 재채기하면서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퍼질 수 있어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여행에서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공항이나 기차역처럼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을 이용하고 관광지와 쇼핑몰, 식당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와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일본에 가면 홍역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올해 일본에서 홍역 환자가 증가한 것은 주의해서 볼 상황이지만 여행자의 위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홍역에 대한 면역 여부입니다. MMR 백신을 권장 횟수만큼 접종했다면 홍역을 예방하는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MR은 홍역만 예방하는 백신이 아니라 유행성이하선염과 풍진까지 함께 예방하는 백신입니다. 어린이는 국가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두 차례 접종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정상적으로 마친 학령기 어린이라면 기록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문제는 오히려 성인입니다.
아이의 예방접종 수첩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정작 부모는 “어렸을 때 맞았겠지”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처럼 홍역 노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기억보다 기록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했는데 필요한 접종을 모두 마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일본의 홍역 소식만으로 추가 접종을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접종 기록이 없거나 몇 번 맞았는지 불확실하다면 출국 전에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접종이 필요한지 상담해볼 수 있습니다.
여행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면 이미 늦은 걸까?
홍역 예방접종은 여행 당일 맞는 것보다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백신을 맞았다고 그 순간부터 충분한 면역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다면 출국하기 최소 2주 전에는 필요한 예방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실제 여행에서는 항상 그렇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뒤늦게 홍역 소식을 접했거나 출국을 며칠 남겨두고 예방접종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2주가 남지 않았으니 맞아도 소용없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출국까지 2주가 남지 않았더라도 홍역에 대한 면역이 없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접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두 차례 접종이 필요한 사람이 처음 접종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접종 사이에도 일정한 간격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해외여행 계획이 있다면 출국 직전에 확인하기보다 항공권을 예약한 시점에 예방접종 기록을 함께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면 나이에 따라 확인할 내용도 달라집니다.
만 12개월이 지난 아이는 해외여행 전에 MMR 백신을 두 차례 접종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고, 아직 정규 2차 접종 시기가 오지 않은 어린이라도 해외여행 때문에 접종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접종 사이에는 최소한의 간격이 필요하기 때문에 출국 일정과 기존 접종 기록을 가지고 의료기관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생후 6~11개월 아기도 해외여행을 해야 한다면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이 시기에는 해외여행을 앞두고 MMR 백신을 조기에 접종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지만, 생후 12개월 이전에 맞은 접종은 이후 정규 예방접종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귀국 후에도 정해진 시기에 다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합니다.
임신 중이거나 면역 기능이 크게 저하된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합니다. MMR은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사용하는 생백신이기 때문에 임신부와 일부 면역저하자는 접종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접종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여행 계획과 현재 건강 상태를 의료진에게 알려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스크만 잘 쓰면 홍역을 피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겪은 뒤 호흡기 감염병 소식이 나오면 가장 먼저 마스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사람이 많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위생을 지키는 것은 여러 호흡기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습관입니다. 하지만 홍역 예방에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홍역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매우 쉽게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 방법입니다. 따라서 여행 전에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마스크를 몇 장 가져갈 것인지 고민하기보다 먼저 가족의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여행 중에는 몸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홍역은 바이러스에 노출된 직후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 아닙니다. 일정한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과 기침, 콧물, 눈이 충혈되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 피부에 발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 중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서 귀국하는 순간까지 홍역 걱정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약 3주 동안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조금 더 관심 있게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귀국 후 발열과 발진이 함께 나타나면서 기침이나 콧물, 충혈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의료기관을 바로 방문하기보다 먼저 전화로 해외여행 사실과 증상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홍역이 의심되는 사람이 아무런 연락 없이 병원 대기실을 방문하면 면역력이 없는 영유아나 임신부, 면역저하자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도 의료기관에 미리 연락하면 다른 환자와 접촉을 줄일 수 있도록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결국 여행 취소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일본에서 홍역 환자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보면 가장 먼저 “가도 되나?“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실제 여행 준비에서는 질문을 조금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가족은 홍역 예방접종을 제대로 받았는지, 출국까지 필요한 접종을 할 시간이 남아 있는지, 여행 후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방접종을 완료한 건강한 가족과 접종 여부가 불확실한 가족의 상황은 같지 않고, 정규 예방접종을 마친 초등학생과 아직 첫돌이 되지 않은 아기의 상황 역시 다릅니다. 임신부나 면역저하자가 포함된 여행이라면 고려할 부분이 더 많아집니다.
따라서 홍역 환자 숫자 하나만 보고 모든 여행자에게 같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일본 홍역 증가 소식에서 우리가 가져갈 가장 현실적인 판단 기준은 ‘일본 여행을 취소할까 말까’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우리 가족이 홍역에 대한 면역을 갖추고 있는가입니다.
아이의 예방접종 기록만 확인하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부모의 기록도 함께 찾아보세요. 이미 필요한 접종을 모두 마쳤다면 막연한 불안 때문에 추가 접종을 반복할 이유는 없고, 기록이 없거나 접종이 부족하다면 출국 전에 확인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약 3주 동안 발열과 발진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살펴보는 것까지가 여행 건강관리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감염병이 유행한다는 뉴스는 불안을 만들기 쉽지만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더 필요한 것은 막연한 걱정보다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입니다. 이번 추석에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면 여행지를 바꿀지 고민하기 전에 가족의 예방접종 기록부터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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