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는 평소보다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송편이나 전, 고기처럼 평소보다 다양한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식사 시간도 길어지죠. 그런데 명절 식탁에서 생각보다 주의해야 할 사고가 음식물이 목에 걸리는 기도폐쇄입니다.
특히 올해 추석을 앞두고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응급실 자료를 보면 명절 기간 발생한 기도폐쇄 환자의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자였습니다. 어린아이에게 떡이나 사탕을 줄 때는 목에 걸리지 않을까 신경 쓰면서도 부모님이 식사할 때는 같은 위험을 잘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고령자에게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떡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씹고 삼키는 기능이 떨어질 수 있고 치아 상태나 틀니, 뇌졸중과 같은 질환에 따라서도 음식물을 삼키는 능력이 달라집니다. 같은 송편 한 개라도 누구에게나 위험이 똑같지는 않은 셈입니다.
또 음식이 목에 걸렸을 때 무조건 등을 두드리거나 물부터 먹이는 것도 적절한 대처가 아닙니다. 기침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말을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족들이 이 차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님이 평소 잘 드셨는데 왜 갑자기 음식이 목에 걸릴까?
우리가 음식을 삼키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입에서 음식을 충분히 씹은 뒤 혀를 이용해 목 뒤쪽으로 보내고, 음식물이 지나가는 순간에는 기도가 닫히면서 음식이 식도로 넘어가야 합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거의 의식하지 않고 하는 일이지만 나이가 들면 씹는 힘과 혀의 움직임, 삼키는 데 관여하는 근육의 힘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침 분비가 줄어 입안이 건조해지면 음식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넘기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고, 치아가 좋지 않거나 틀니가 잘 맞지 않으면 음식을 충분히 잘게 씹지 못한 상태에서 삼키게 되기도 합니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처럼 삼킴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식사를 잘하는 것처럼 보여도 음식을 삼키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일부 음식이 기도로 잘못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령의 부모님과 함께 식사할 때는 나이만 보는 것보다 평소 식사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최근 식사 중에 자주 사레가 들거나 기침을 하는지, 한 끼를 먹는 시간이 이전보다 길어졌는지, 음식을 입안에 오래 머금고 있는지, 식사 후 목소리가 젖은 것처럼 변하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천천히 드시는구나’라고 넘기기보다 삼킴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폐렴을 반복해서 앓았거나 식사량이 줄면서 체중까지 빠지고 있다면 의료진에게 식사 중 나타나는 증상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떡만 피하면 괜찮은 것은 아닙니다
기도폐쇄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떡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송편이나 인절미처럼 끈적하고 한입 크기가 큰 음식은 충분히 씹지 않고 삼키면 문제가 될 수 있어 고령자에게 줄 때는 작게 나누고 천천히 먹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떡만 조심한다고 기도폐쇄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기처럼 질기고 잘 끊어지지 않는 음식이나 큰 덩어리의 과일, 견과류 등도 씹는 능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음식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얼마나 잘 씹고 삼킬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음식의 크기와 질감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명절 식사 분위기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다 보면 입안에 음식이 있는 상태에서 말하거나 웃게 되고, 평소보다 빨리 먹기도 합니다. 술을 함께 마신다면 주의력과 삼키는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않고 넘길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고령의 부모님이 평소 사레가 자주 들거나 씹는 힘이 약하다면 송편은 한입에 먹도록 두기보다 작게 잘라 드리고, 질긴 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식사를 재촉하지 않고 음식물을 완전히 삼킨 뒤 다음 음식을 먹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고령자에게 음식을 잘게 다져서 줄 필요는 없습니다. 삼키는 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음식의 질감을 지나치게 제한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평소 식사 모습을 기준으로 필요한 만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에 걸렸을 때 기침을 하고 있다면 먼저 지켜봐야 합니다
음식을 먹던 사람이 갑자기 심하게 기침하면 주변에서는 놀라서 등을 두드리거나 물을 건네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때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기침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기침하고 있는가입니다.
음식물이 기도를 일부 막았더라도 스스로 강하게 기침할 수 있고 말이나 소리를 낼 수 있다면 공기가 어느 정도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때는 억지로 물이나 다른 음식을 먹이기보다 계속 기침해서 음식물을 밖으로 밀어낼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기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을 할 수 없거나 숨을 쉬기 어려워하며 목을 움켜쥐는 모습을 보인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기도가 심하게 막혔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기도폐쇄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성인이나 만 1세가 지난 어린이의 심한 기도폐쇄에서는 등 두드리기와 복부 밀어올리기 같은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복부 밀어올리기는 환자의 뒤에서 배꼽보다 위쪽에 주먹을 대고 다른 손으로 감싼 뒤 안쪽과 위쪽 방향으로 빠르게 밀어올리는 방법입니다.
다만 임신부나 복부를 감싸기 어려울 정도로 체격이 큰 사람에게는 복부 대신 가슴 부위를 이용하는 등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아에게도 성인과 같은 복부 밀어올리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입안에 보이지 않는 음식물을 손가락으로 무작정 꺼내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손가락을 깊숙이 넣으면 오히려 음식물을 더 안쪽으로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기도가 완전히 막히면 짧은 시간 안에 의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환자가 의식을 잃고 정상적으로 호흡하지 않는다면 바닥처럼 단단하고 평평한 곳에 눕히고 119의 안내를 받으며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합니다.
평소 하임리히법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것보다 실제 상황에서 ‘기침과 말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 번 목에 걸린 뒤 괜찮아졌다면 끝난 걸까?
음식물이 빠져나오고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가족들도 안심하게 됩니다. 실제로 가벼운 기침으로 음식물이 빠지고 이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한 기도폐쇄로 복부 밀어올리기 같은 응급처치를 받았다면 음식물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강한 압박 과정에서 몸에 손상이 생길 수 있고 일부 음식물이 남아 있거나 기도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후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의 사고보다 더 살펴봐야 할 것은 반복되는 사레입니다.
부모님이 최근 들어 물을 마실 때마다 기침하거나 식사 중 자주 사레가 들고, 음식을 먹은 뒤 목소리가 변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급하게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삼킴 기능이 떨어지는 연하곤란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하곤란이 있으면 음식물이 목에 걸리는 사고뿐 아니라 음식이나 침이 기도로 넘어가면서 흡인성 폐렴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습니다. 특히 고령자에게 폐렴은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후 활동량과 체력이 함께 떨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반복되는 증상을 일찍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추석에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한다면 송편을 몇 개 드시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식사하는 모습도 한 번 살펴보세요. 예전보다 음식을 오래 씹거나 자주 사레가 들지는 않는지, 한입 크기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식사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만약 음식물이 목에 걸렸다면 가장 먼저 물을 찾기보다 그 사람이 제대로 기침하고 말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세요.
강하게 기침할 수 있다면 스스로 음식물을 뱉어낼 수 있도록 지켜보고, 기침이나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숨이 막힌다면 바로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기도폐쇄 응급처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명절 음식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 사람이 음식을 얼마나 잘 씹고 삼킬 수 있는지에 따라 같은 음식의 위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이번 추석 식탁에서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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