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잠이 빨리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자리에서 집에 돌아와 씻고 눕자마자 잠들기도 하고, 평소 잠이 잘 오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술을 마신 날 푹 잤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의 느낌은 조금 다릅니다. 충분히 잔 것 같은데 몸은 무겁고, 중간에 몇 번 깬 것처럼 개운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한다면 평소보다 수면 점수가 낮거나 자는 동안 심박수가 높게 나온 것을 보고 의아했던 경험도 있을 겁니다.
술을 마시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질 수는 있지만, 잠든 이후의 수면까지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는 동안 반복되는 수면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에 잠은 빨리 들었는데 다음 날 더 피곤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왜 잠이 잘 오는 것처럼 느껴질까?
알코올은 뇌의 활동을 억제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평소보다 쉽게 잠들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누워 한참을 뒤척이는 사람이라면 이런 변화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어서 잠이 오지 않을 때 술 한 잔을 찾기도 합니다.
문제는 잠드는 속도만으로 수면의 질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자는 동안에는 얕은 잠과 깊은 잠, 렘수면 등이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반복됩니다. 술을 마시면 초반에는 잠이 깊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수면이 불안정해지고, 특히 새벽으로 갈수록 잠이 얕아지거나 중간에 깨기 쉬워집니다.
분명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 3~4시쯤 갑자기 눈이 떠지고, 다시 잠들었다가 아침이 되기 전에 또 깨는 경험도 이런 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잠자리에 있었던 시간은 충분해 보여도 중간중간 수면이 끊겼다면 다음 날 느끼는 피로감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술 마신 날 새벽에 자주 깨는 데는 이유가 있다
술을 마신 뒤 새벽에 깨는 이유는 수면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알코올은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만들 수 있고 술자리에서 물이나 음료를 함께 많이 마셨다면 화장실 때문에 잠이 끊길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평소 코를 고는 사람이라면 술을 마신 날 유난히 코골이가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알코올의 영향으로 목 주변 근육이 평소보다 이완되면 자는 동안 기도가 좁아지기 쉬운데, 이미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변화가 숙면을 방해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됩니다.
자는 동안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는 몸이 이완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알코올이 분해되는 동안 자율신경계가 영향을 받으면서 심박수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거나 몸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자는 사람이라면 이런 차이를 비교적 쉽게 확인하기도 합니다. 술을 마신 날에는 수면 중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게 나오고 회복과 관련된 지표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단순히 기기의 수면 점수가 낮아졌다는 것보다 자는 동안 몸이 충분히 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숙취로 인한 갈증이나 두통까지 더해지면 다음 날 피로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결국 술을 마신 다음 날 유난히 힘든 이유에는 숙취뿐 아니라 밤사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수면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술 한두 잔 정도는 괜찮을까?
잠들기 전에 맥주 한 캔이나 와인 한 잔 정도라면 오히려 숙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적은 양을 마셨을 때는 취했다는 느낌도 크지 않고 잠도 쉽게 들기 때문에 수면에 문제가 없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하지만 적은 양의 술도 수면의 흐름에는 영향을 줄 수 있고, 마시는 양이 늘어날수록 그 영향도 커지는 편입니다. 특히 몇 잔을 마셨는지만큼이나 술자리를 언제 끝냈는지가 중요한데, 저녁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고 잠들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경우와 늦은 술자리에서 돌아와 바로 잠든 경우를 같게 볼 수는 없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충분히 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게 되고, 여기에 야식까지 많이 먹었다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역류 증상이 생겨 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술을 마셔야 하는 날이라면 무조건 몇 시 이후에는 마시면 안 된다는 기준을 정하기보다 술자리를 너무 늦게까지 이어가지 않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평소보다 양을 줄이고 잠들기 전까지 어느 정도 시간을 두면서 물도 충분히 마시는 정도만으로 다음 날의 느낌이 달라지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술을 마셔야 잠이 온다면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가끔 술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잠드는 것과 잠을 자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는 것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두 잔만 마셔도 몸이 나른해져 쉽게 잠들지만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같은 느낌을 얻기 위해 술을 더 찾게 될 수 있고, 어느 순간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는 오히려 잠들기가 어렵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평소 잠이 잘 오지 않아 술을 찾고 있다면 음주량을 늘리기보다 수면 습관부터 살펴보는 편이 낫습니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이 일정한지, 오후 늦게 커피를 많이 마시지는 않는지,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늦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하나씩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술은 잠을 빨리 오게 만들 수는 있어도 잠을 잘 자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유난히 피곤하다면 모든 원인을 숙취로만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은 날과 비교했을 때 새벽에 자주 깨거나 아침에 개운하지 않은 일이 반복된다면, 우선 술의 양을 줄이고 잠들기 직전까지 마시는 습관부터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잠드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뒤로 몇 시간 동안 얼마나 안정적으로 잠을 이어갔느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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