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을 챙기려고 혈압계나 저주파자극기 같은 제품을 찾아보다 보면 같은 용도의 제품인데도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제품 옆에는 해외직구 상품이 함께 노출되고, 유명 브랜드처럼 보이는데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도 있습니다.
후기를 보면 판단은 더 어려워집니다. “병원에서 재는 것과 비슷하다”, “부모님이 매일 잘 쓰고 있다”는 후기가 수백 개씩 달려 있으면 굳이 더 비싼 제품을 사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석을 앞두고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의료제품을 점검한 결과, 혈압계와 저주파자극기, 부항기 등에서 해외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한 불법유통 광고가 다수 적발됐습니다.
여기서 소비자가 알아둘 것은 ‘해외직구 제품은 모두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을 측정하거나 몸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을 일반 생활용품과 같은 기준으로 골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혈압계처럼 측정한 숫자를 보고 약 복용이나 병원 방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제품은 디자인이나 후기보다 국내에서 의료기기로 허가·인증된 제품인지, 내 사용 목적에 맞는 제품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혈압계는 숫자만 표시되면 다 같은 제품일까?
가정용 혈압계는 비교적 사용법이 간단합니다. 팔에 커프를 감고 버튼을 누르면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맥박이 표시되기 때문에 어떤 제품을 사용하든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혈압계는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니라 측정 결과가 건강관리의 판단 근거가 되는 의료기기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혈압을 재면서 계속 150mmHg 이상의 수치가 나온다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고, 반대로 평소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정상에 가까운 숫자를 계속 확인하면 혈압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때 측정값이 실제 혈압과 지속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한두 번의 측정 오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잘못된 숫자를 믿고 자신의 상태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혈압계를 살 때는 화면이 크거나 앱과 연결되는지보다 먼저 의료기기로 적법하게 허가·인증된 제품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품 판매 페이지에 ‘의료기기’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고 해서 그것만 믿을 필요도 없습니다. 의료기기에는 제품별 허가·인증·신고 정보가 있기 때문에 실제 등록된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국내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아 판매되는 같은 브랜드 제품과 외형이 비슷해 보이더라도 국내 허가 제품과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모델명이 다르거나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일 수도 있기 때문에 브랜드 이름만 보고 판단하기보다 정확한 제품명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약처 인증’이라는 문구만 보고 고르지 마세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건강 관련 제품을 검색하면 ‘식약처 인증’, ‘식약처 허가’, ‘의료기기 인증 완료’ 같은 문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가기관이 제품의 효과를 보증했다는 의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게 이해해야 합니다.
의료기기의 허가나 인증은 해당 제품이 정해진 의료기기 제도 안에서 안전성과 성능 등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유통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특정 질환을 반드시 치료한다거나 사용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으로 확대해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제품을 볼 때는 ‘식약처’라는 글자가 있는지만 확인하기보다 무엇을 목적으로 허가받은 제품인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주파자극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품의 허가된 사용 목적은 통증 완화와 같이 일정한 범위로 정해져 있는데 온라인 광고에서는 혈액순환부터 관절질환, 신경질환까지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표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제품이라고 해도 광고에서 주장하는 모든 효능까지 함께 허가받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따라서 부모님 선물용으로 제품을 찾고 있다면 광고 첫 화면보다 제품의 사용 목적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제품은 무엇을 하도록 허가된 것인가?’를 먼저 확인한 뒤 내가 원하는 용도와 일치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기준을 가지고 보면 ‘병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치료’, ‘혈압 걱정 끝’, ‘관절염 개선’, ‘혈관을 깨끗하게’처럼 지나치게 넓은 효과를 강조하는 광고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의료기기라는 사실과 특정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후기가 많고 유명한 쇼핑몰에서 팔면 괜찮을까?
온라인에서 제품을 살 때 많은 사람이 후기를 확인합니다. 일반 생활용품이라면 실제 사용자의 후기가 제품을 선택하는 데 꽤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후기만으로 성능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혈압계를 사용한 사람이 “병원에서 잰 것과 똑같았다”고 남겼다고 해도 한두 번의 경험으로 제품의 측정 정확도를 확인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저주파자극기를 사용한 뒤 “허리가 좋아졌다”는 후기가 있다고 해서 같은 통증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다는 사실도 제품 자체의 허가 여부를 대신 확인해주는 기준은 아닙니다.
특히 ‘해외배송’, ‘구매대행’, ‘직구’라고 표시된 제품이라면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의료기기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아 유통되는 제품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은 판매업체와 제조·수입업체를 확인하기 비교적 쉽고 사용 중 이상이 생겼을 때 문의하거나 제품 정보를 확인할 경로도 명확합니다. 반면 해외직구 제품은 판매자와 제조사에 연락하기 어렵거나 국내에서 수리와 사후지원을 받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 차이가 크다면 단순히 “국내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하기보다 그 차이에 국내 허가와 정식 유통, 사후지원이 포함돼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매일 사용할 혈압계처럼 오랫동안 반복해서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처음 살 때 몇 만 원을 아끼는 것보다 측정 결과를 믿고 사용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건강제품을 살 때는 ‘효과’보다 제품의 정체부터 확인하세요
온라인에서는 혈압계나 저주파자극기뿐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수많은 제품이 판매됩니다. 문제는 겉모습만 보고 의료기기와 일반 공산품,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건강기능식품 표시도 소비자가 일반식품과 더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바뀌고 있습니다. 그만큼 건강 관련 제품의 광고와 포장이 비슷해지면서 소비자가 제품의 성격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품을 고를 때는 광고에서 가장 크게 써놓은 효능부터 읽기보다 순서를 바꿔보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이 제품이 의료기기인지, 건강기능식품인지, 화장품인지, 일반 생활용품인지 확인합니다. 그다음 국내에서 정식으로 허가·인증 또는 신고된 제품인지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허가된 사용 목적과 내가 기대하는 효과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만 확인해도 광고 문구에 끌려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사거나 제품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효과를 기대할 가능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 선물을 고를 때는 더 그렇습니다.
고혈압이 있는 부모님께 혈압계를 선물하는 것은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측정값이 정확하지 않은 제품이라면 오히려 잘못된 판단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무릎이나 허리가 자주 아픈 부모님께 저주파자극기를 선물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시적인 통증 완화에 도움을 받는 것과 관절질환 자체를 치료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제품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사용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건강제품을 살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은 “효과가 좋은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정확히 무엇이고, 우리나라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된 제품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은 다음 가격과 후기, 디자인을 비교하는 편이 순서에 맞습니다.
해외직구 제품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측정하거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라면 일반 전자제품을 사듯 가격만 비교해서 결정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특히 혈압처럼 측정된 숫자가 이후의 건강 행동을 바꾸는 제품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부모님께 건강을 선물하고 싶어서 산 제품이 오히려 잘못된 건강 판단의 근거가 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상품평을 읽기 전에 제품의 허가 정보와 사용 목적부터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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