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기간이 되면 편의점에서 에너지음료를 사 마시거나 학원에 가기 전 아이스커피를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졸음을 쫓기 위해 한 번 마시는 정도라면 별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문제는 청소년의 카페인 섭취가 에너지음료 한 캔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커피와 에너지음료뿐 아니라 콜라와 초콜릿, 일부 차와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까지 하루 동안 먹은 것을 합하면 생각보다 섭취량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체중이 적은 청소년은 성인과 같은 양을 마셔도 체중당 섭취량은 더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청소년의 건강 변화를 장기간 살펴보는 국가 조사에서도 고카페인 음료 섭취가 별도의 조사 항목으로 포함될 만큼 중요한 생활습관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은 카페인을 하루에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성인처럼 모두에게 똑같은 숫자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체중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체중이 40kg이라면 하루 100mg, 50kg이라면 125mg, 60kg이라면 150mg 정도가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숫자는 매일 이만큼의 카페인을 먹어야 한다거나, 이 양까지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카페인에 얼마나 민감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양을 마셔도 잠을 잘 자는 아이가 있는 반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잠들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의 카페인을 관리할 때는 권고량 계산과 함께 실제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까지 봐야 합니다.
에너지음료 한 캔보다 하루 동안 먹은 카페인을 합쳐보세요
카페인 섭취를 확인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커피와 에너지음료만 세는 것입니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오후에 콜라를 마신 뒤 저녁에 초콜릿을 먹었다면 각각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하루 섭취량에 모두 포함됩니다. 녹차나 홍차처럼 차 종류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으며, 제품에 따라 카페인을 첨가한 식품도 있습니다.
특히 에너지음료는 제품마다 카페인 함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한 캔’이라는 단위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국내에서는 카페인이 일정 농도 이상 들어 있는 액체 식품에 ‘고카페인 함유’ 표시와 함께 총 카페인 함량, 어린이나 임산부 등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에너지음료를 마신다면 제품 앞면의 이름이나 ‘제로’, ‘비타민’, ‘에너지’ 같은 문구보다 영양정보 주변에 표시된 총 카페인 함량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체중 50kg인 학생의 하루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약 125mg입니다. 만약 한 캔에 카페인 100mg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셨다면 그것만으로 하루 권고량의 상당 부분을 섭취한 셈입니다.
그날 카페라테나 콜라, 초콜릿 등을 추가로 먹는다면 전체 섭취량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에너지음료는 안 마시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대용량 커피를 자주 마시는 학생이라면 커피가 주된 카페인 공급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원두와 추출 방법, 음료 크기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컵의 크기만 보고 정확한 양을 예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청소년의 카페인은 어떤 음료를 마셨느냐보다 하루 동안 얼마나 섭취했느냐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시험 공부할 때 마시면 집중력이 좋아질까?
학생들이 카페인을 찾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졸음을 쫓기 위해서입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잠이 덜 오고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해야 할 때 에너지음료나 커피를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그 효과 때문에 오히려 수면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밤에 공부하려고 카페인을 마시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수면의 질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잠이 부족해지면 수업이나 공부 중 다시 졸리고, 이를 버티려고 또 카페인을 찾게 됩니다.
처음에는 시험 기간에만 한 캔씩 마시던 것이 어느 순간 평소에도 피곤하면 찾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오후 늦게나 저녁에 마시는 카페인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카페인은 마신 뒤 바로 몸에서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어서 몇 시간 동안 영향을 줄 수 있고, 사람에 따라 상당히 늦은 시간까지 효과가 남기도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커피를 마셔도 바로 자는데?“라고 말한다고 해서 수면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잠드는 것과 충분히 좋은 수면을 취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험 기간에 아이가 계속 졸려 한다면 에너지음료를 추가하는 것보다 최근 며칠 동안 몇 시간씩 자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카페인은 부족한 수면을 대신해주는 물질이 아닙니다. 잠을 줄여놓고 카페인으로 각성을 유지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피로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가리고 있는 것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두근거림이나 손떨림이 생기면 권고량 이하여도 줄여야 합니다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개인차가 큽니다.
같은 체중의 두 학생이 똑같은 양을 마셔도 한 명은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는 반면 다른 한 명은 가슴이 빠르게 뛰거나 손이 떨리고 불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가슴 두근거림과 불면, 두통, 불안감, 메스꺼움 등이 있습니다. 평소 카페인을 자주 먹던 사람이 갑자기 끊으면 두통이나 피로감, 집중하기 어려운 느낌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여기까지는 무조건 안전한 선’처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체중으로 계산했을 때 권고량보다 적게 먹었더라도 커피를 마신 날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그 아이에게는 현재 섭취량이 많은 것일 수 있습니다.
특히 심장질환이나 경련성 질환 등이 있거나 카페인과 상호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다면 더 주의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아이가 에너지음료를 마신 뒤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가슴 통증, 호흡곤란, 심한 어지럼증이나 의식 변화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단순히 카페인이 조금 과했다며 집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의료적인 평가가 필요한 상황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평소 카페인을 많이 먹는 학생이라면 갑자기 모든 음료를 금지하는 것보다 실제 섭취량부터 파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며칠 동안 커피와 에너지음료, 콜라, 차 등을 언제 얼마나 먹었는지 적어보고 제품에 표시된 카페인 함량을 함께 확인하면 생각보다 어느 시간대에 카페인이 몰려 있는지 알기 쉽습니다.

스포츠음료와 에너지음료는 같은 음료가 아닙니다
이름 때문에 의외로 많이 혼동하는 것이 스포츠음료와 에너지음료입니다.
스포츠음료는 운동하면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 등을 보충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음료인 반면, 에너지음료에는 각성 효과를 내는 카페인이 많이 포함된 제품이 있습니다.
따라서 운동 후 땀을 많이 흘렸다는 이유로 에너지음료를 수분 보충용으로 마시는 것은 적절한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활동이나 일반적인 운동을 한 청소년에게 가장 기본적인 수분 공급원은 물입니다. 오랜 시간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별도로 고려할 수 있지만, 이것과 졸음을 쫓기 위해 마시는 고카페인 에너지음료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청소년 카페인을 관리할 때도 무조건 “커피는 안 돼”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무엇을 왜 마시는지를 살펴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찾는다면 수면시간이 부족하지 않은지, 시험 기간마다 에너지음료가 늘어난다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봐야 합니다.
그리고 카페인을 마시게 된다면 적어도 제품의 총 카페인 함량을 확인하고 하루 동안 다른 음식과 음료에서 섭취한 양까지 더해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 50kg인 청소년이라면 하루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약 125mg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를 채워도 된다는 목표치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청소년 카페인 섭취에서 더 중요한 기준은 가능한 한 적게 섭취하면서도 카페인 때문에 수면과 일상생활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밤마다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찾는다면 음료 자체만 문제 삼키보다 먼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요즘 얼마나 자고 있니?”
카페인을 계산하는 것보다 그 질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먼저 발견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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