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신 다음 날 유난히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평소보다 심장박동이 크게 느껴지거나, 잠에서 깬 뒤 스마트워치를 확인했더니 안정 시 심박수가 평소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숙취가 심한 날이라면 몸이 힘들어서 그렇겠거니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두근거림을 숙취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술은 수분 상태와 수면, 자율신경계뿐 아니라 심장 리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주 다음 날 심장이 빨리 뛴다면 단순히 ‘몇 잔을 마셨는가’보다 평소보다 얼마나 빨라졌는지, 규칙적으로 뛰는지, 술이 깬 뒤에도 계속되는지를 같이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술은 마시는 동안보다 다음 날까지 심박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피부가 따뜻해지거나 얼굴이 붉어질 수 있습니다. 혈관이 넓어지면 몸은 혈압과 혈액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박동을 빠르게 만드는 방향으로 반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영향이 술자리가 끝났다고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수분 섭취가 충분하지 않았던 경우 다음 날 몸이 평소보다 탈수된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혈액량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같은 혈액순환을 유지하기 위해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도 합니다.
여기에 수면까지 영향을 줍니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졸음이 와서 쉽게 잠드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잠이 자주 깨고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 동안 누워 있었더라도 몸은 제대로 쉬지 못한 상태가 되고, 다음 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평소보다 심박수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신 뒤 아침에 맥박이 빠르다면 알코올 하나의 작용이라기보다 수분 부족과 수면의 질 저하, 자율신경계 변화가 함께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두근거림이 있을 때 커피와 해장 운동은 잠시 미루는 게 좋다
숙취가 있는 아침에 가장 흔하게 하는 행동 중 하나가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입니다. 정신을 깨우기 위해 찾게 되지만 이미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다면 카페인이 두근거림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땀을 빼면 술이 빨리 빠질 것 같아 러닝이나 사우나를 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알코올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린다고 술이 의미 있게 빨리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동하거나 뜨거운 환경에 오래 있으면 탈수가 심해지면서 심박수가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먼저 물을 조금씩 충분히 마시면서 몸을 쉬게 하고, 구토나 설사 등으로 수분 손실이 많았다면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편이 낫습니다. 몇 시간 쉬면서 심박수가 평소 수준으로 내려오는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됩니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고 있다면 숫자 하나만 보고 불안해하기보다는 평소 자신의 안정 시 심박수와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래 60회 정도였던 사람이 음주 다음 날 80회가 나온 것과, 가만히 쉬고 있는데도 120회 전후의 빠른 맥박이 계속되는 상황은 같은 의미로 볼 수 없습니다.

빠르기보다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을 그냥 넘기지 말자
술과 심장박동을 볼 때 심박수만큼 중요한 것이 리듬입니다.
맥박이 평소보다 조금 빠르더라도 일정한 간격으로 뛰다가 수분을 보충하고 쉬면서 점차 정상으로 돌아온다면 음주 후 일시적인 변화일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심장이 갑자기 덜컹거리거나 한 박자씩 건너뛰는 것 같고, 빠르게 뛰다가 느려지는 느낌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숙취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음은 일부 사람에게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평소 심장질환이 없던 사람에게도 많은 양의 술을 마신 뒤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흔히 ‘휴일 심장 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신 다음 날 두근거림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어제 술을 마셔서 그런 것’이라고 무조건 넘기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맥박이 매우 빠른 상태가 쉬어도 계속되거나 불규칙한 두근거림이 지속되고,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 심한 어지러움,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함께 나타난다면 빠르게 의료기관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매번 술 마신 다음 날 심장이 뛴다면 주량보다 패턴을 보자
한 번 과음한 다음 날 심박수가 높았던 것과 술을 마실 때마다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는 것은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근거림이 반복된다면 어떤 술을 마셨는지를 따지기 전에 음주량과 마시는 속도, 술자리가 끝난 시간, 수면시간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셨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결국 섭취한 알코올의 양이 많고 짧은 시간에 마셨다면 몸이 받는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평소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술을 마신 날과 마시지 않은 날의 수면 중 심박수나 다음 날 안정 시 심박수를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반복해서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면 ‘나는 술이 센 편이다’라는 느낌과 실제 몸의 반응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최근 들어 적은 양의 술에도 두근거림이 자주 생기거나,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음주만을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빈혈이나 갑상선 문제, 다른 부정맥처럼 심박수를 높일 수 있는 원인이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술 마신 다음 날 심장이 빨리 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숙취인지 아닌지를 이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쉬면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일시적인 변화인지 지속되는 이상 신호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갈증이 심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아침에 맥박이 조금 빨라졌다가 수분을 섭취하고 쉬면서 좋아지는 것과, 가만히 있는데도 심장이 매우 빠르거나 불규칙하게 뛰면서 다른 증상까지 나타나는 것은 같은 두근거림이 아닙니다.
다음 날 심장이 유난히 빨리 뛰었다면 그날의 불편함만 기억하기보다 평소 안정 시 심박수와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몇 시간 동안 지속됐는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자신의 몸이 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몇 병까지 마실 수 있는가’보다 이런 변화가 더 유용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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